5년 여간 스스로 담아온 모습들을 정리하니 내가 거쳐온 환경과 지위에 따라 때로는 의도한 대로, 대분의 경우 우연의 흐름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지배적인 생각은 인생에 있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미미하며 그나마 가능한 부분 조차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삶이란 슬프고 고통스럽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정의를 사진을 통해 표현한 전례는 얼마든지 있다. 나는 나의 내면 표출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밀도 있는 고민을 시작한 건 작년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직설적인 성격과 게으름 덕분에 은유와 치밀한 해석을 요구하는 거창한 계획은 무기한 보류하였고, 대신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는 사진들 -정확히는 반영된 나의 모습을 직접 촬영한 영상- 을 나열하기로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사회에 대한 작업도 비슷한 맥락을 안고 있다. 그러므로 하나의 주제 아래 영상 혹은 특정 사물을 누적하여 전시하는 전형적인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개인 블로그라는 공간을 변명으로 내세워 아직은 정확한 개념 조차 잡지 못했음을 시인하며, 일단 갈피라도 잡기 위해 무작정 끄적여 본다.
안경이 인상에 기여하는 부분이 몹시 크다는 사실을 최근 들어 크게 느끼고 있다.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면 Scribbles에 조금 더 자세하게 나의 얘기를 적어볼까 했는데 출근의 압박으로 사진만 덜렁 놓고 감. 저 안경은 Oliver Peoples 제품 중 Wylie.
P.S. 덕분에 회사에선 해리 포터라는 별명이 붙었다. Summilux-R 35mm의 보케(bokeh)는 중망원 렌즈들 보다 더 끌리는 매력이 있다. Noctilux-M 50mm의 몽환적인 회오리를 언급한다면 차원이 다른 문제지만, 상당한 기쁨을 주는 요소임은 분명하다.